연봉(샐러리캡): 김병철, 전희철, 갈라진 철
철철듀오! 참으로 재미있는 단어이다. 국내 프로농구 김병철과 전희철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고려대 동기생으로서 대학시절뿐만 아니라 프로에 진출해서도 같은 팀에서 맹활약한 스타들이다. 특히 2001~2002 시즌 만년 꼴찌인 소속팀 대구 동양을 정상에 올려놓은 다음 감격에 북받쳐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많은 팬들은 이들 두 스타가 대구 동양을 오랫동안 정상에 머무르게 할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둘은 영원히 같은 팀에서 경기할 것으로 생각했다. 둘 사이의 관계는 마치 철처럼 단단한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2001~2002 시즌이 끝난 후 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들은 갈라서고 말았다. 전희철이 전주 KCC로 보금자리를 옮겨버린 것이다. 이들 둘을 아끼는 팬들은 아쉬움이 많겠지만 사실 이들 철철듀오가 갈라선 데에는 스포츠마케팅의 기본적인 전제조건인 우수 스포츠 상품 생산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해보기로 하자.
스포츠 산업에 종사하는 선수들은 분업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야구에서는 18명이, 축구에서는 22명이 분업에 동참한다고도 했다. 여기서 18명, 22명이라는 것은 선수뿐만 아니라 평소 라이벌관계라고 생각하고 있던 팀들 또한 상품(경기)생산을 위해 분업(동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야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는 라이벌이 아니라 동업자이며 축구장에서의 대전 시티즌과 포항 스틸러스 그리고 농구장에서 원주TG와 대구 동양은 서로 협력이 필요한 동업자라는 것이다. 참으로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스포츠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물론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는 데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선수들이 우수한 기량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승률이다. 경기 연맹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홈 경기에서의 승률이 55~60% 정도가 될 때 경기는 가장 재미있다고 한다. 이 정도의 승률이면 팬들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팀들이 서로 짜고 경기(담합)를 하면 시즌 내내 이 정도의 승률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팀들끼리 짜고 경기를 하면 팬들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며, 팬들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더 이상 상품이 되지 못한다. 특히 스포츠 상품 특유의 순수성을 잃게 된다.
그렇다면 팀간 담합 이외에 홈 경기 승률이 55~60% 정도가 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물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실시되고 있다. 홈 경기 승률 55~60%라는 것은 팀 간 전력이 비슷하다는 의미이다. 팀간 전력이 비슷하도록 선수를 구성하면 된다는 이야기이다.
팀간 전력이 비슷하도록 선수를 구성하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인 선수 드래프트 제도이다. 일반 기업에서 신입직원을 뽑을 경우 그 기업은 다른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기업 규정대로 뽑는다. 그러나 스포츠 산업(특히 프로스포츠리그)에서는 구단이 마음대로 신입직원(선수)을 선발할 수 없으며(국내 축구에서는 팀이 마음대로 선수를 선발한다) 연맹의 규칙에 따라 선발하도록 되어 있다. 연맹의 규칙이라는 것이 바로 드래프트 제도이다.
드래프트 제도의 특징은 구단들이 순서를 정한 다음 이에 따라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다. 통상 그 순서는 현재 성적의 역순으로 정해진다. 만약 어떤 팀이 올해 꼴찌를 했다면 신인 선수를 뽑을 때 가장 먼저 뽑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선수를 뽑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면 당연히 가장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뽑게 된다. 물론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 1명이 팀 성적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수 선수가 자기 팀에 들어오게 되면 그 팀의 전력이 상승하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반대로 성적이 가장 우수한 팀의 신인선수 선발 순서는 꼴찌가 된다. 이렇게 되면 성적 꼴찌팀과 일등 팀간의 전력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팀간 전력 격차가 줄어들게 되면 팀간 승률 격차가 줄어들게 되고 나아가 경기도 더욱 재미있게 된다. 경기가 더욱 재미있게 된다는 것은 경기라는 상품의 부가가치도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신인선수 드래프트 제도 이외에도 팀간 전력을 비슷하게 만드는 제도가 있다. 선수들 연봉으로 조정하는 방법이다. 이른바 샐러리캡(salary cap)이라는 것이다. 샐러리캡이란 말 그대로 해석하면, 연봉 모자다. 연봉 모자란 봉급을 모자로 덮어둔다는 뜻이다. 즉 연봉이 아무리 많아도 모자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봉급이란 선수 개인이 봉급이 아니라 팀에 소속된 선수들 전체 연봉의 합이다. 예를 들어 어떤 팀의 샐러리캡이 10억 원이라면 그 팀 선수 전체의 연봉 합이 10억 원을 넘어설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샐러리캡 제도는 여러 가지 효과를 가져다 준다. 가장 먼저 생각되는 것이 구단의 살림살이이다. 스타선수가 많아지고 선수들의 경력이 많아지면 선수들의 연봉 또한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구단의 주머니 사정은 압박을 받기 마련이다. 샐러리 캡 제도는 선수들 전체 연봉을 일정한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단의 살림살이를 여유 있게 한다. 구단은 여유 자금을 경기장 보수에 사용할 수도, 기타 팬 서비스를 위한 스포츠마케팅에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샐러리캡 제도는 스타 선수들의 연봉 인상견제효과도 가져다 준다. 스타선수에게 연봉이 과도하게 지급되는 것을 방지하여 비스타 선수들의 상대적 열등감을 완화시켜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샐러리캡 제도의 가장 큰 목적은 팀간 경기력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다. 샐러리캡이 어떻게 팀간 전력을 비슷하게 만드는 것일까? 예를 들어보자. 만약 샐러리캡 제도가 없다면 돈이 많고 우승에 눈이 어두운 특정 구단이 스타 선수를 싹쓸이 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경기 결과에 대해서도 팬들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의 매력은 승부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데 있다. 그런데 팬들이 경기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으면 경기가 재미없다. 경기가 재미없다는 것은 경기의 부가가치가 낮다는 뜻이다.
샐러리캡 제도 안에서는 특정 구단이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스타 선수들을 싹쓸이 할 수 없다. 스타 선수들을 싹쓸이 하게 되면 선수들의 총 연봉이 샐러리캡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난한 구단이라고 하더라도 샐러리캡 제도에서는 적어도 스타 선수 한명 정도는 보유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부자 구단이나 가난한 팀이나 전력에 큰 차이가 없게 된다. 이미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팀간 전력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은 승부를 미리 예측할 수 없게 만들며 이는 결국 재미있는(부가가치가 높은) 경기로 연결된다. 즉 샐러리 캡제도는 [앞선글에서 포스트한 하석주의 백 태클]에서 언급한 성실한 근무와 함께 스포츠마케팅의 기본 전제조건인 우수상품 생산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이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는 농구가 샐러리캡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국내 프로농구가 ’97~98 시즌 팀당 연봉 총액 상한선을 9억원으로 설정하면서 샐러리캡 제도가 시작되었으며 2003-2004시즌에는 12억 5,000만 원이다.
이제 ‘철철듀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김병철과 전희철은 자타가 공인하는 농구계 스타선수들이다. 이미 밝힌 바대로 이들 둘은 2001~2002 시즌 소속팀을 우승으로까지 이끌었다. 그러니 둘의 연봉이 대폭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둘에게 고액의 연봉을 지급하고 나머지 선수들에게 쥐꼬리 연봉을 지급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철철듀오’가 아무리 뛰어난 스타 선수라고 하더라도 농구 경기는 둘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구 동양으로서는 이들 두 스타 가운데 한 명을 다른 팀으로 보낼수 밖에 없었다. 물론 대구 동양은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누가 전력에 더 보탬이 되는지 누가 더 많은 관중을 모을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신인 선수들 가운데 누가 이들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인지 등등 여러 각도에서 검토해 본 결과 동양으로서는 전희철을 내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철철듀오’는 갈라진 철이 되어버린 것이다. 스포츠 중계 손오공 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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