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이야기

김강민의 20년 묵은 꿈

2021년 6월 22일 홈팀 SSG 랜더스가 원정팀 LG트윈스에 13대1로 뒤지고 있던 9회초  사실상 승부가 갈려 김이 빠진 상황인데 갑자기 홈 관중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SSG 랜더스 마운드에 투수가 아닌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승부가 크게 기울었을 때 종종 투수를 아끼기 위해 야수가 던지곤 하지만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1년 144경기 중에 응원팀이 지는 날은 언제든 있을 수 있지만 김강민이 투수로 나서는 장면은 야구팬으로서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이벤트였다.

게다가 평소 어깨가 강하기로 소문난 김강민이기에 야구좀 본다하는 팬들은 김강민의 투구가 어떨지 진지하게 궁금해 졌다.

” 김강민 선수가 나이 마흔에 투수 데뷔전을 치릅니다. ” 무료축구중계

관중 만큼 기대에 찬 방송 중계진과 달리 김강민은 별 욕심이 없어 보였다.

최고참 선수로서 그저 야구장을 찾은 팬들이 완패로 겪게 될 상실감을 위로해 주자는 마음 정도인 듯했다.

프로야구에 입문할 때 투수였다는 사실은 20년 전 이야기일 뿐, 오히려 나이 마흔에 갑자기 무리하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는 김원형 감독의 조언을 듣고 올라온 터였다.

첫 타자 정주현을 상대로 시속 130키로미터대의 평범한 직구를 연달아 던졌다.

누가 봐도 힘을 빼고 던진 모양새인데 그만 홈런을 얻어맞았다.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 그리고 혀를 내민 채 민망해하는 김강민의 얼굴이 차례로 중계방송 화면에 등장했다.

홈런 하나 맞더라도 별 상관없는 상황 그런데 이것이 김강민의 본능 속 승부욕을 자극했던 모양이다.

대충 던지고 내려오려던 마음이 달라졌다. 실시간스포츠중계

다음 타자 김재성이 들어서쟈 김강민은 힘껏 팔을 휘둘러 공을 뿌렸다. 전광판에 140킬로미터의 구속이 찍혔고 관중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눈빛이 달라진 김강민은 145킬로미터까지 구속을 끌어올리며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전문 투수로서도 손색이 없는 구속이었다.

중계진과 관중은 물론 동료 선수들까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강민은 이후 변화구까지 던져가며 아웃카운트 2개를 기록했다. 멋쩍은 미소와 함께 마운드에서 내려온 김강민은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의 뜨거운 축하를 받았고 동갑내기 추신수와 한참 동안 후일담을 나누기도 했다.

여전히 상기된 표정은 가시지 않은 채였다. 실시간축구중계

경기에서는 크게 패하였지만 팬들에게 추억을 선물한 노장의 투구는 그날 최고의 화제가 되었다.

인정받을 만한 팬서비스였다. 그런데 정작 김강민의 마음은 조금 달랐다. 팬들을 위한 플레이로만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니 평생 간직했던 꿈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2002년에 1군에 데뷔해 SK 와이번스의 4차례 우승에  공헌하며 이른바 왕조멤버의 핵심으로 불렸고 , 골든 글러브와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수상 이력을 남긴 김강민

특히 강한 어깨와 야무진 타격으로 명장면도 여럿 남긴 선수였다. 스피드스케이팅

평생 한 팀에서만 뛰어 인천 야구팬들에게는 각별한 선수였고, 김강민 스스로도 자부심이 강할 만했다.

2021년 시즌을 준비할 때만 해도 이미 해볼 수 있는 것은 거의 해보았으니 아름답게 은퇴하고 싶다고까지 했던 그였다.

그런 김강민이 이날 마운드에 오르면서 잠시 잊고 있던 꿈이 되살아난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를 동경하던 어린시절부터 정식 1군 경기의 마운드에 오르는 장면을 꿈꿔온 것은 당연했다.  막상 마운드에 오르자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이 마흔의 베테랑인데 마치 신인시절 데뷔하던 상황처럼 긴장되었다고 한다.

또한 유달리 흥분되면서 타자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좁아지는 것이 느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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